스승의 날
link  권진영   2021-05-16
스승의 마음

스승 노릇 하기란 어렵기 그지 없는 일이다. 옛날 서당훈장의 아내가 아이를 배어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 친정에 돌아감으로써 아이를 가진 것을 남들에게 보여서는 안되는 것이 법도였다. 아이를 임신하게 하는 어떤 연상으로 스승의 표본을 오염시켜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훈장집 뒷문'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속 다르고 겉 다른 표리부동을
빗댄 말이다,
훈장은 먹고 입고 사는데 필요한 물자마저도 부덕시하여 뒷문으로 몰래 드나들게 했던 데서 비롯된 속담이다. 이처럼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도 억제하는 것이 스승표본의 도리였다.
허초당이 스승인 서경덕을 화담골로 찾아갔을 때 일이다. 싸들고 간 밥을 퍼 스승에게 드리자 전혀 배고프다는 내색을 않고 사양하였다. 후에 초당이 부엌에 가서 솥을 열어보니 이끼가 가득 끼여 있었던 것이다. 장마 바람에 냇물이 불어 엿새 동안 내왕할 수 없었기에 그동안 이 스승은 꼬박 굶고 있었던 것이다.
제자 앞에서는 이처럼 굶는 다는 것도 내색해서는 안 되었다.

희비애로 같은 감정도 노출시켜서는 안되었다. 김굉필이 어머니에게 보내고자 조기를
정성스레 말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고양이란 놈이 그 조기를 물고 달아났다. 이를 본
김굉필이 마냥 화를 내고 뒤쫓아갔다. 곁에서 보고 있던 제자 조광조가 노여움을 나타낸 데 대해 직언을 하고 있고 스승도 스승의 법도에 어긋남을 반성하고 있다.

정승 시절의 이항복이 어느날 어릴 때 스승인 고훈도의 방문을 받고 있다. 끼니 거르는 날이 거르지 않은 날보다도 많다는 말도 듣고 있고 또 옷은 어찌나 많이 기워입었기로
백결보다 심한 천결선생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돌아갈 때 쌀 두섬과 베 두필을 드리자, 이 천결선생, 정승을 무릎끓려놓고 스승의 도를 꾸중거렸다 나무라고 다만 정성만은 저버릴 수 없다 하여 쌀 두말만 지고 나갔다 한다.

심한 사례들이긴 하지만 '사'자 돌림의 직명을 가진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사의 표본을 짊어져야 하고 또 짊어짐으로써 존재가치를 지니고 또 존경을 받는다
1백억원이나 되는 큰돈을 빚지고 도망쳤다가 잡힌 교장선생이 생겨나고 수억대의 돈을
외국에 빼내려다 구속된 목사가 생겨나는 것이 빙산의 일각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며, 사표가 뭣인가를 새삼 뉘우치는 좋은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이규태 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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